[뷔민] 크러쉬[완결]

(비밀)연애

너에게로 가는 길

잠이 다 깼다. 내일은 1교시 수업인데. 지금은 새벽 세시다. 아마 다음날 김태형을 죽일지도 모르겠다. 난 드라마를 사랑한다. 이렇게 택시가 잡히지 않는 새벽, 차를 잡으려고 소리지르는 내 뒤에 김태형이 나타나 뒤에서 껴안길 바라지만 나에겐 그런일은 없다. 극적으로 주인공 둘이 만나는 그런 일도 없다. 내가 달려가야 했다. 그 술주정뱅이에게. [언제와ㅏ] ...

고백2

[싫어. 내꺼야. 만지지마!] 김태형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세가지이다. 싫어. 내꺼야. 만지지마. 태형이 그렇게 말하면서 날 밀쳐내면, 난 자존심도 없는지 엄지손가락만 쪽쪽 빨며 태형의 눈치를 보며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태형아. 지민이랑 사이좋게 놀아야지?] 태형의 엄마는 당황했는지 태형을 보면서 말했다. 태형은 뭐든 나누는 법이 없었다. ...

김태형의 알몸. 당연히 본적있다. 우리는 20년지기니깐. 심지어 언제 태형이 겨드랑이털이 났는지, 수염이 언제부터 났는지도 안다. 처음 면도를 하다가 인중이 긁혀서 대일밴드를 붙인것도 안다. 내가 관심도 없던 야동을 친구들끼리 돌려본것도 안다. 심지어 같이 봤다. [야. 너는 남자애가 이런것도 안보냐.] 태형은 심지어 선심이라도 쓰듯 야동 사이트 아이디까지...

고백

태형이 내년에 군대를 가도 변하는 건 없다. 그냥 내 수많은 일상중에 김태형이라는 사람 하나만 빠지는건데. "이건 또 뭐냐." 나는 어렸을적부터 늘 시키지도 않은 것에도 열심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태형은 아침부터 식탁을 가득채운 진수성찬을 보고 놀라서 숟가락을 뜨지도 않는다. "너 군대가면 맛있는것도 못먹잖아." 나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고생이란 고생...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은지도 근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태형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난생처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때부터, 태형은 내 얼굴만 보면 시비를 걸었고 나는 눈치를 보면서 화를 냈다. 마구 화를 내다가도, 태형이 나와 놀아주지않을까봐 혼자 풀었다. 혼자 화내고...

터닝포인트

가끔씩 생각한다. 답장받지 못한 편지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태형의 생일, 태형이 힘들때, 슬퍼할때, 우울할때, 한장한장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서 쓴 편지의 답장을 이제껏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었다. 그냥 태형이 그 편지를 보고 무슨 표정을 지을지, 어떤 생각을 할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 날도, 그냥 심심해서 태형의 가방에 편지를 넣어놨다. [야. 박지...

you're my soulmate

처음으로 머리를 쥐어뜯긴적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하지 않을 일들을 했던 사춘기 시절에, 나는 태형에게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또 들키기는 싫었다. 아니, 또 근데 챙겨주고는 싶고. 그 시절, 감수성 풍부한 게이1이었던 열다섯살 빼빼로데이때 나는 태형에게 빼빼로를 주려고 손수 빼빼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만들고나니깐 이걸 전해줬다간 꼼짝없이 좋...

사랑보다 우정!

"박지민, 일루와바." 씻고나오자마자 태형이 코딱지만한 소파의 옆자리를 두드렸다. 소파에 등을기댄 채 다리를 꼬고 리모콘을 돌려대는 태형.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태형을 쳐다봤다. 물방울이 뚝뚝 티셔츠에 떨어졌다. 나는 강아지처럼 머리를 막 젓다가 소파에 냉큼 앉았다. 태형이 나를 쳐다봤다. 뭘 봐?, 말해도 요지부동이다. "염색하니깐 더 귀엽네." 태...

썼지 친구라는 가면

[야, 이거 너 가져.] 태형은 초콜렛을 내밀었다. 선심이라도 쓰는듯이 말이다. 태형은 사춘기를 겪고나서부턴, 매일 여자를 사겼다. 빠르게 사귀고, 빠르게 헤어졌다. 그리고 매년 기념일마다, 나는 태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야, 박지민. 여친 생일선물 고르러 가자. 나는 그 말에도 환하게 웃으며 태형을 따라다녔다. 누군가가 태형의 따까리라고 까도 나는 ...

내 친구 지민이에게

[싫어요! 저는 태형이 아니면 싫어요.] 아홉살때의 일이다. 그 때는. 태형과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매년 연극대회, 합창대회, 웅변대회 등등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주인공병이 있었는지 비중도 얼마 없던 백설공주의 왕자님역을 하고 싶다고 대사까지 전부 외워서 배역을 따게 됐다.나는 상대역인 백설공주가 김태형이 아니면 싫었다. 하지만 태형은 너무 너무 ...

살면서 제일 많이 맞았을 때가 있었다. 열 일곱살때었나, 김태형이 처음으로 바람을 피고 걸린 나이. [지민아..안아파?] [어어? 괜찮아.] 눈가는 새파랗게 멍이 들고, 입술은 찢어지고, 정강이 까지 까였는데도. 태형의 지미나, 라고 부르는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 그리고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꼭 껴안는 바람에 나는 정말 하나도 안아팠다.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