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민] 런!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미쳤나? 이게 까분다." 나는 들이대는 태형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확 밀쳤다. 우씨, 태형은 끈질기게 내 어깨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와. 뭔짓할라고?" "넌 머릿속에 뭐가 들었냐? 그냥 같이 자자고." "아. 싫거든. 오분만 걸으면 집이거든!" "아, 싫어. 가지마. 가지마. 안돼!" 태형은 전에도 생각했지만 애같은 구석이 있다. 현관 앞까지 가서, 큰...

"니 여기 왜 있는데." 내 말에도 태형은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넉살좋게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집에서! "야. 이젠 씹나." 여섯시가 딱 되자마자, 문을 벌컥열고 눈을 비비면서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식탁 위에 김태형이 있었다. 거기다가 우리 엄마랑 사이좋게 얘기를 하면서.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허!, 하면서 계속 헛기침을 하는데도 태형은 볼이 빨개진채로...

쏴아, 모든 걸 불태워버릴듯한 더위가 장마때문에 사라지고 가을이 찾아왔다. 학교도 개학, 본격적인 1학년 2학기의 시작. "................." 본선까지 진출한 야구대회에 태형은 정신이 없어보이고, ".............." 여름이라고도 애매하고, 가을이라고하기 애매한 가을이 찾아왔다. 나는 턱에 손을 괴고 창가를 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아...

나는 다음 날, 무사히 길을 찾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가는 내내, 태형이 내 손을 잡고 걸었다. 땀이 나서 부끄러웠는데도, 태형은 꿋꿋한 얼굴로 걷기만 했다. 도착하고나선 하루종일 졸면서 훈련을 했고, 1학년들이 선배들의 술을 훔쳐와 밤새 마실때 우리는 잠만 잤다. [시끄럽다! 씨발놈들아!] 하도 시끄럽게 떠들길래 베개를 꺼내 아이들에게 던졌는데도,...

좋아하나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합숙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시험기간 내내 한 번호로 찍고 잤고, 내 옆에 있는 태형은 그걸 매우 한심하게 여겼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는 부지런히 가방을 챙기고 버스로 달려갔다. "아, 맞다. 옷 놓고 왔다!" "............." "괜찮다, 마. 빤쓰는 챙겼지롱~" 병신, 태형이 옆에서 거들었다. 내 저녁에 입을 옷 좀 빌려도...

160km를 던지는 사람

"심심한데 섯다 게임이나 해보까." "작작해라, 씨발." 내가 말을 하자마자 태형의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혼자 지랄 발광을 하니 더 수상해보였다. 나는 태형이 준 박스티와 반바지를 입고 젖은 머리를 탈탈 털었다. 태형은 저의 옷을 입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뭘 봐, 그렇게 말하니 아무것도 안 봤댄다. 수상한 새끼. "에어컨 고장났나봐....

"너 여기서 뭐하냐." "아, 뭐 좀 사묵을라고." 점심시간에 먹은게 벌써 소화가 됐는지, 매점에 와서 얼쩡거리니 태형이 뒤에서 말을 걸었다. 배고파, 배고파. 나는 앞에서 북적거리는 아이들 틈을 뚫지도 못하고 발뒤꿈치만 들었다. "뭐하는데." "아, 기다린다. 저길 어떻게 뚫노. 곧 수업시간인데." 나는 가끔 내 자신이 짜증난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고...

내일은 정말 싸우지 않기로 해

"일찍 일찍 좀 오라고." "아, 내가 훈련없는 날에도 니 얼굴을 봐야 하노." 기말고사가 가까워지니 아침 훈련이 없어졌다. 전처럼 집에서 아침밥을 왕창 먹고오니 태형이 아파트 라인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인사도 하기 싫어서 뒤에서 엉덩이를 발로 차니, 욕을 내뱉으며 나를 본다. 태형이 나를 돌아봤을 때 덜마른 샴푸 냄새가 났다. 청량한 열일곱의 여름....

17살 박지민의 아침은, 키를 재면서부터 시작된다. "씨발. 173!" 일어나자마자 퉁퉁 부은 눈으로 알람을 끄고, 벽에 딱 붙어서 키를 잰다. 0.1mm도 크지 않아 좌절하고, 다 포기한 얼굴로 몸무게를 잰다. "....54.1?" 나는 체중계를 보고 놀라 자빠질뻔했다. 아니, 그 때 시합 한번 뛰었다고 2키로가 빠진게 말이 돼? 나는 체중계를 집어서 체...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야구. 제일 싫어하는건 김태형. - 런! 01 -얼마 전까지 야구 경기나 캐치볼은 한번도 안 해봤지만 배트는 3살부터 휘둘렀다.- 나는 이 문장을 정말 좋아한다. 크로스게임 만화책에 나오는 코우의 대사. 그 대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배팅센터에서나, 운동장에서나 빠따하나만 쥐어주면 허리가 삐끗할정도로 무지막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