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민] 해피엔딩 [완결]

"어때." "............" "첫사랑이랑 같이 바다보러오니깐 기쁘지?" 우리는 어느날, 바다를 보러갔다. 겨울 바다였다. 몸서리치게 추운 1월의 어느 날. 난 태형이 바다를 보러가자는 말에, 이별이 가까워지는걸 느꼈다. 내 말에 태형이 소리내서 웃는다. 하하. 나는 괜히 머쓱해서 코끝을 문질렀다. 얼어붙은 손가락은 지나치게 뻣뻣했다. "그 때는 여...

"36.5도." "............." "하루 아침만에 완전히 내렸어." 나는 윤기형의 나른한 목소리에 기지개를 쭉 피고 눈을 반짝인다. 오랜만에 개운한 내 몸을 이끌고 욕실안에 들어가 양치질을 했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한쪽 눈만 뜬채 치카치카, 그리고 토끼가 하는것같은 아침 세수를 하고. 나는 하품을 하며 거울에 비치는 윤기형의 얼굴을 본다. ...

병에 걸렸다. "................." "38.5도. 그대로네." 윤기형은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는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열이 안내려. 난 그 말에 어리광부리며 끙끙거린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깨질것처럼 아파. 형. 나 좀 봐줘. 나 사랑해줘. "형 오늘 계약하는 사람이랑 미팅있다며." "취소했어." "나 괜찮은데." "하나도 안 ...

"요새 바쁘다고 나랑 술도 안마셔주고." 정국이 옆에 있는 술을 따르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피식거리며 소주잔을 바라봤다. 소주잔에 비치는 찰랑거리는 알코올을 멍하니 바라보다, 차가운 테이블에 몸을 뉘였다. 정국과는 대학교에서 같은 과 동기로 만났다. 그러고나선 계속해서 띄엄띄엄 연락이 닿다가, 같이 일하게 됐다. 이런 우연이. 우연이나, 인연이라는거 참...

"나 김태형 만나." ".............." "만난다는게 바람피고 그런게 아니라, 그러니깐 나 그 자식을." 잊고싶어서 그래, 우리 둘다. 그러니깐, 나 그자식을. 윤기형은 내 말에도 작고 매서운 눈을 깜빡이더니,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나는 다리를 달달 떨며 말 없이 형의 컵에 물을 따라줬다. 형은 물을 벌컥 벌컥 마시더니, 다시 아무말 없이...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에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 대리를 부를수 있는데 부르지 않았다. "태형아..." 지민은 내 어깨에 기대 한숨처럼 이름을 부르기만 했다.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나는 코트깃을 꽉 여미고, 어둠같은 골목길을 묵묵히 걷는다. 지민이 계속 내 이름을 불렀다. 술에 무지막지하게 취해, 정신을 잃...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 모든 사진을 불태우고, 찢어버리고, 지워버렸건만 도무지 버릴 수 없는 사진 한장이 있었다. 열여덟살, 여름. 김태형과 놀러갔던 바닷가. 나는 그 날, 고백을 받았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내게 직구로 좋아한다고 말하던 녀석이 무서워, 피해 달아나버리는길에 녀석은 바닷가로 뛰어들었다. [야! 미쳤냐? 김태형...

너는 내 모든 순간이었어. - 후회라기보단, 그저 그 녀석이 보고싶습니다. 나는 햇볕이 쏟아지는 창가의 기운에 눈을 뜨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쥐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네이버 기사를 읽는다. 갖가지 가십거리에, 시끄러운 일상의 소리. 그리고 검색창 위에 아직도 오르락 내리락 떠다니는 나의 이름도. 김태형. ".............." 나는 핸드폰 화면에...